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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서평 164 - 김지호 /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한겨레출판

예예파파 2025. 3. 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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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 /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한겨레출판

내가 일을 그만 두게 되면서 아내는 생계를 이끌어 가고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반주를 하던 곳에서 추천을 받아 학교 입학까지 하게 되었다. 언어치료사라는 자격을 얻기 위해 공부를 하게 되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데 아내가 하게 될 일이 무엇일까 싶어 급히 책을 찾아보다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저자는 언어 치료사로서 많은 책을 내어 놓은 분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만났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나 이분은 센터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정을 방문해 생생한 아이들과의 일궈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언어치료사는 일반적인 언어를 다루는데 어려운 사람, 특히나 말을 시작해야 하는 어린이들 부터 청소년을 위주로 그들의 말을 잡아주고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한다. 
책의 흐름은 이렇다. 지금까지 만났던 한 아이 한 아이의 에피소드가 이어지고 그 아이에게 편지를 쓰는 방식이다. 물론 그 편지는 그아이에게 전달 되지 못했지만, 이 편지가 내 마음을 뭉쿨하게 했다.
언어가 힘든 분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발견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이기도 하고 상대적이기도 한 문제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 기록 된 분들은 누구도 그 사람인지 알아보지 못하도록 각색이 되었다. 
언어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다양하다. 다운 증후군 부터 시작해서 자폐, 말더듬, 또는 마음의 상처로 인해, 또는 가정의 사정으로 인해 말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다. 저자는 천차 만별인 아이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지식의 부족을 느끼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그들의 모습에 웃기도 하고, 말도 통하지 않고 몸짓도 통하지 않아 땀과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많은 에피소드, 그리고 이후의 편지를 통해 공통점으로 느끼는 것은 한가지다.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다. 
하루는 카톨릭 계열의 부모님을 가진 중학생또래와 상담을 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진지하게 신을 믿느냐고, 신은 우리를 벌 주시는 분이라고, 왜 벌주시냐고 물으니 여러가지 얘기를 하며, 벌주는 다양한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아이의 어디론가 부터 받은 신념에 대해 건드려선 안되겠다 싶어서 얘기하지 않았다. 이후 후회 하듯이 적은 글이 있다. 

넌 좋은 사람이야, 네가 이일을 잘 못해도 사람들은 널 변함없이 지지할거야. 넌 사랑 받을 자격이 있어. 넌 훌륭한 어른이 될거야. 

저자는 아이를 붙들고 있는 분노를 보았다. 아이가 가진 연약함으로 인해 자신에게 부었을 신의 분노가 아이를 슬프게 함을 느꼈다. 그렇기에 말했다. 신은 너를 향해 사랑을 부어주었지 분노를 붓지 않았다고. 우리는 잊어버리는 조건 없는 사랑을 부을 수 있기에 신이라고.

신앙이 있든 없든, 모든 것을 넘어서서 아이의 마음을 보려고 노력하려는 저자의 마음이 뭉클했다. 그걸 넘어서서 나의 아내는 이런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이라면 하겠냐고? 나는 어림없다고 했다. 목회일을 할때도 그랬지만, 나는 사람의 감정에 너무 쉽게 동화가 되어 그사람이 병이 나면 나도 난다고. 마치 어떤 의사가 공감이 과해 환자의 수술을 치룰 수 없어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을 다루는 장의사가 되었다는 얘기처럼.

흔들림 없이 누군가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하다 생각한다. 모든 언어치료사를 넘어선 상담과 복지에 임하는 귀한 분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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