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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서평 88 - 트리나 폴러스. 꽃들에게 희망을

예예파파 2024. 4. 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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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읽을만한 책을 이것저것 구하고 읽어 보다가 첨 읽은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도대체 왜 애벌래가 이렇게 바둥바둥 살려고 애를 써야 하는지 저절로 될 나비가 되는 과정을 무슨 교훈 주듯이 써놓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애들이 읽을 만한 책이 아닌가 보다 이런 생각도 했었다.

어느정도 세상을 살고 이 책을 다시 접하게 되었다. 눈물이 났다. 도대체 내가 살아온 인생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쓸모 없고 덧이 없었나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내가 붙들어야 할 본질이 아니라 다른 것을 위해 열심히 바둥바둥 하며 살지 않았나? 그나마 남들처럼 실컨 놀았더니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알게 되었다라는 교훈적인 스토리라면 속이라도 안쓰리지. 나의 이야기는 간증거리도 되지 않았다.

이 책은 두 애벌레가 다른 애벌레들이 열심히 쌓아 올린 애벌레 탑을 향해 나아가다가 깨달음을 얻어 자신이 진짜 되어야 할 나비가 되는 과정을 서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애벌레탑을 가며 줄무니 애벌레는 물어본다. 우리 어디 가는거죠? 모른단다. 다 가니까 간단다. 어떻게든 그들의 방향으로 가기 위해 서로를 밟고 올라가는 것은 기본이고 낙오자가 되어 죽은 벌레들도 있었다. 도중에 노란색 애벌레를 만나 사랑을 키우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이 무언가 이루고 싶었던 줄무늬는 노란색 애벌레 마저 버리고 탑의 꼭대기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그 탑의 꼭대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놀라운 것은 올라간 애벌레가 절대 이 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리지 말라고 한 것이다. 

지금은 인공지능의 발달과 직의 개념이 많이 허물어 져서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였다 조금 더 가서 대학원이 목표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원에 다다라서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 의아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학원 이후가 아니라 대학원까지를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인생은 공부의 연속인데 학습을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방황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목표를 잡아 높은 곳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그 끝의 허무함에 좌절을 느끼고 쓰러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바라지 않았는데 그 많은 신학생들이 바라 마지 않는 담임이란 자리에 가 보았다. 
처절하게 찢기고 억압 받는 삶을 누려보았다. 남들은 가고 싶어 안달인 그 자리가 나에게는 내 자아를 깨뜨리고 나란 존재의 가치까지 의심하게 하는 자리였다. 세상에 욕심낼게 없어서 그 자리를 내려놓지 못하고 죽어라고 붙드는 철이 없는 어른도 만나 보았다. 결국 그 자리를 붙든다는 것이 본질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내 속에 본질이 담겨 있고 그 본질이 주는 것을 따라 살았느냐의 문제이다. 

애벌레는 결국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노랑 애벌레가 변한 나비를 보고 깨닫는다 자신이 가야 할길 변해야 할 방향, 잡아야 할 것을 알게 된다. 기어야만 사는 줄 알았더니 날아가며 사는 인생이 자신의 인생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날아다니며 꽃에게 생명을 알려주는 역할이 있음을 알게 된다.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가 자신이 었음을.
지금 나는 탑에서 내려와 나의 고치를 만드는 중이다. 이 고치를 만드는 고단함이 마무리 된다면 날아 오를 수 있지 않을까 그 방향을 잘 잡았다면 그러하지 않을까?
내 자신을 한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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