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서평 85 - 김용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김용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만족스러운 돼지보다 불만족스러운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다. 만족하는 바보보다 불만을 느끼는 소크라테스가 더 낫다.

 

권력에 대항하여 자유를 획득해 나가는 과정 13

지성인은 집단적 권위에 대한 맹신을 비판 합니다. 집단적 권위의 문제점과 함계를 지적하고, 개인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잇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개인들은 정신적 노예 상태에 빠진채 집단적 권위를 비판할 때 받게 될 위험을 미리 염려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지성인은 개인의 생각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자유와 권력의 다툼이 까마득한 옛날부터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역사 초기에는 한 사람 혹은 한 부족, 한 계급이 지배 권력을 장악하는 독재 권력이 행사되었다고 설명하는데요. 이들 권력자들은 어떤 경우에도 피지배 계층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또한 자신이 가진 힘을 백성들을 억누르는 데 사용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었죠. 그러다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최고 권력자가 행사할 수 있는 힘의 한계를 규정하게 되었습니다. 밀은 이 시기의 자유란 이렇게 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것을 일컫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윽고 민주 정부가 설립되었지만, 민주 정부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죠. 밀은 특히 ‘다수의 횡포’를 온 사회가 경계해야 할 가장 큰 해악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들이 공권력을 이용한 횡포뿐 아니라, ‘윽박지름’을 통해 어떤 개별성도 발전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자유에 관한 하나의 명제를 제시합니다. 바로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한 때뿐’이라는 것이죠.”

 

관용은 왜 필요할까요? 28

톨레랑스는 서양인이 정치 종교적 갈등과 사회 구성원들의 차이를 인정하기 위해 생각해 낸 하나의 사회적 관습입니다. 서양에서는 정치적 종교적 편견이 인간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톨레랑스를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적 자유와 사회적 자유의 관계를 고민했습니다.

흔히 관용이라 번역되는 톨레랑스는 밀의 사상과 토론의 자유에 대한 생각과 비슷합니다. 톨레랑스는 모든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개인이 진리를 추구하는 자발성은 인정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속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야 합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고, 각자의 양심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인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고 토론과 설득을 통해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차이와 다양성만을 인정하면 이기적 생각과 행동조차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문에 톨로랑스는 조건 없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정의롭지 못한 불평등에 대해서는 관용적 태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단호히 거부합니다.

 

 

의식의 자유,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 결사의 자유 29

 

“밀은 자유의 기본 영역을 크게 셋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첫 번째는 내면적 의식의 영역으로, 우리가 실재적이거나 사변적인 것, 과학∙도덕∙신학 등 모든 주제에 대해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양심의 자유, 생각과 감정의 자유, 그리고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두 번째는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로, 밀은 여기에 대해 사람들 모두 각각의 개성에 맞게 자기 삶을 설계하고 자기 좋은 대로 살아갈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것이 남에게 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는 간섭이나 참견을 해서도 안 되죠. 마지막 세 번째는 결사의 자유입니다. 즉,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 혹은 억지로 끌려온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성인이 어떤 목적의 모임이든 자유롭게 결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철학의 한 갈래 입니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나타난 사히 사상으로 사치 판단의 기준을 효용과 행복의 증진에 두었습니다. 따라서 공리주의에 따르면 인간의 이익과 행복에 도움이 되는 행위는 옳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옳지 못한 행위가 됩니다. 공리주의는 쾌락의 크기를 잴 수 있다고 주장한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와 쾌락의 질적 차이를 인정한 밀의 질적 공리주의로 나뉩니다. 공리주의는 인간은 언제는 쾌락을 추국하고 고통을 피하려 하는 본성을 지닌 존재로 파악합니다. 또한 공리주의는 쾌락과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의 이기심을 전제로 하므로 경제적 자유주의 정책의 사상적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다수결의 원리에 기초한 민주주의적 정치제도와 분배의 평등을 강조하는 복지 사상의 발달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개인의 행복은 전체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밀은 인간 개인의 개별성과 자율성을 강조했지만, 이것을 두고 그가 ‘극단적인 자유주의’를 옹호했다고 해석해서는 곤란합니다. 이는 <자유론> 출간 4년 뒤 밀이 내놓은 또 다른 대표작 <공리주의>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지는데요. 밀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마저 희생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더불어 이를 위한 원칙으로 모든 개인의 행복 또는 이익이 전체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도록 법과 사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모든 개인이 자신의 행복과 전체의 이익 사이에 긴밀한 끈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individual의 번역어는 무엇일까?

자유론에서 자유만큼 중요한 단어는 개인입니다. 개인은 일본의 근대 학자들이 번역한 단어입니다. 일본인은 처음에 individual을 단 독, 단일개 일개인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번역어로는 서양어인 individual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물건의 수량을 의미하는 개와 사람을 뜻하는 인을 합쳐 개인이라는 말을 만들어 냅니다. 일본 사람들은 서양에서 individual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밀의 자유론에 나타난 individual은 정부와 대립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혼자가 아니라 인민 각개로 번역했습니다.

인민 각개라는 말은 우리는 물론 일본인들에게도 낯선 단어였습니다. 그래서 후키자와 유기치는 individual를 사람으로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의미는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individual이 신과 사회 앞에서 홀로 존재하는 자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자유론에서 개인을 중요하게 역는 태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까요? 자유론에 나타난 개인은 수량으로 파악할 수 없고 , 사회 즉 대중과는 다른 자유로운 존재 입니다.

 

다수결의 원칙은 항상 옳을까요? 47

자유론에서는 다수의 횡포가 서양 사회의 발전에 끼친 나쁜점을 지적합니다. 다수의 집단적 여론은 개인의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할 기회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수결의 원칙은 개인과 집단의 갈등이 발생했을때 정당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개인은 자신들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집단은 개인의 이익을 줄이려고 하기 대문에 개인과 집단은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개인과 집단의 갈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합의로 결정된 사항은 조건 없이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다수결의 원칙은 갈등을 최소화 하는 장점을 가진 반면에 다수의 횡포로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수결의 원칙이 다수의 횡포로 바뀌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부분을 생각해야 합니다.

1. 다수결의 원칙은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2. 다수결의 원칙은 과학적 인식, 이데올로기의 대립에는 적용할 수 없습ㄴ다.

3. 다수결의 원칙은 구성원들이 평등할 때만 적용할 수 있습니다.

4. 개인들은 모두 차이가 있지만, 각자의 존엄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5. 사회는 구성원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6. 다수결의 원칙은 각 의견의 상대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다수결의 원칙은 언제든 다수의 횡포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밀의 결혼 서약서를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됩니다. 55

유부녀였던 헤리엇 테일러와 사랑에 바져 20여년을 기다립니다. 해리엇의 남편이 죽은 뒤 마흔 살이 넘은 나이에 그녀와 결혼을 합니다. 당시 밀이 남긴 결혼 서약서에는 사랑의 맹세가 아니라 기존의 결혼 제도에 대한 철저한 거부의 의사를 담은 철학적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내가 알았던 유일한 여인과 결혼의 관계로 들어간다는 것, 그것도 내가 알던 그 모습 그대로 결혼관계에 들어간다는 것에 그녀가 동의해 주었다는 사실이 나는 한 없이 기브다.

아울러 기존의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결혼관계의 모든 성격을 그녀와 나는 우리의 양심을 걸고 완벽하게 거부한다. 기존의 법적 성격은 무엇보다 계약 된 두 사람 중 한사람에게 상대방의 행동의 자유와 재산과 인격을 그녀의 소망과 의지에 무관하게 제어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일러 부인과 나 사이에 성립하는 결혼의 체제에 나는 다음의 선언이 나의 의지와 의도에 적합하며 우리 둘 사이의 계약의 조건에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녀 자신과 그녀에게 속하고 앞으로도 속할지도 모르는 모든 것의 처분의 자유와 완전한 행동의 자유를 나와 동등하게 지니며, 결혼이라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 과도 같은 개채로서의 모든 권리를 지닌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결혼이라는 사건의 덕택으로 얻어진다고 생각되는 모든 권리의 허울을 완전히 부정하고 포기한다.

감수성이 뛰어난 천재가 대중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다수가 이런 지적을 자연스럽게 수용해야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덕적 공감능력 58

말드대로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일컫습니다. 즉 타인이 슬퍼하면, 함께 슬퍼하고, 타인이 아파하면, 같이 아파하는 능력입니다.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 재빨리 알아채고, 반대로 공감능력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주변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알아채지 못합니다. 훌륭한 리더는 대부분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런데 밀과 같은 공리 주의자들은 도덕에 있어서도 이런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합ㄴ디ㅏ. 그 이유는 어떤 행동이 옳은 것인가 옳지 않은 것인가를 가르는 공리주의자의 판단 기준이 바로 다른 사람이 쾌락을 느끼는가 혹은 불쾌함을 느끼는 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즉 도덕적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알아채고, 그에 맞출줄 알기 때문에 도덕적으로도 옳은 일을 선택해서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국가와 정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65

자유론은 마지막 장에서 자치의 가치를 언급하면서 국가와 정부의 차이를 지적합니다. 국가와 정부는 의미하는 바가 다릅니다. 국가는 다양한 통치의 형식을 갖추고 특정 영토에 사는 사람들의 모임을 의미합니다. 반면 정부는 국가의 통치권을 구성하는 조직을 의미합니다. 국가와 정부의 차이점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국가=대한민국 지도를 생각하고, 정부=입법.사법.행정부를 연상하면 됩니다.

밀은 근대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국가가 개인을 국민으로만 파악하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정부가 국민의 삶에 제한 없이 간섭하는 일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이 아닌 개인으로서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국가에 의해 억압 받을 수도 있고 개인에 의해 억압 받을 수도 있습니다.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는 적극 자유를 격려 해줘야 하고 자유가 주어졌을때 도망치는 점도 있기에 자유주의와 경제학의 접목도 생각해 봐야 함을 보여줍니다. 결국 자유는 한쪽에 치우쳐서 생각하기 보다는 여러 학문과 관점, 가치관 가운데서 생각할 수 있는 깊이가 있어야 함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