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in Life/Txt&Read

어쩌다 서평 56 - 최종원. 수도회 길을 묻다.

예예파파 2023. 8. 28. 22:35
728x90
반응형

최종원. 수도회 길을 묻다.

우리는 수도원 수도회라고 하면 저 산에 올라가 수행을 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수도회는 운동이라는 단어와 의외의 친밀성이 있습니다. 
기성교회의 주춤에 이끌어 줄 수 있는 운동이 됩니다. 
수도원이라는 표현대신에 수도회를 쓴 이유는 수도원이 개별적이고 정적인 이미지라면 수도회는 역동성과 운동성을 포괄하기 떄문입니다. 
먼저 수도원과 그 구성원인 수도사들이 사회와 격리되어 고립된 채 살아가는 공동체가 아님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수도회는 생각 이상으로 현실 세계의 삶과 깊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도회라고 해서 영성이 핵심어가 아닙니다. 

이 책은 탄생, 역사, 유산 이렇게 3부 구성입니다. 
1부는 동방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시작한 초기 수도회의 배경과 수도사의 일상을 살핍니다. 제국과의 관계속에서 읽어내려 합니다. 
2부는 주로 라틴 그리스도교 전통 속에서 등장한 수도회를 중세 초기부터 근현대까지 연대기적으로 살핍니다. 
3부는 수도회를 과거의 것으로 내맡기지 않고 오늘 현실 한가운데로 불러 옵니다. 수도회 주의가 역사의 유물이 아니라 그 가치가 오늘날 어떤 시사점을 줄수 있는가를 봅니다. 
멈춤, 절제 돌아봄봄은 다름 아닌 수도사들의 삶의 핵심입니다. 

예수님의 첫 사역이 포도주를 마시는 것에서 시작되었다면 마지막 만찬은  더이상 포도주를 마시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마무리 됩니다. 
막14:25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하나님 나라에서 새것으로 마시는 날 까지 다시 마시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이 구절이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수도회가 존재하는 근거가 됩니다. 세속의 일상을 즐겨야 할 근거와 금욕해야 할 이유 모두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가 다시 오심으로 하나님 나라가 성취되기를 염원한 이들이 스스로 세상에서 빠져나와 사막에 수도원 공동체를 만듭니다. 그리스도교는 금욕적인 삶을 통한 자기 완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도회 존재의 핵심은 일상과 하나님 나라를 긴장속에 이어주는데 있습니다. 
 수도회는 박해보다는 로마의 공인으로 고민 가운데 생긴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공인이 가져올 세속화의 위험을 자각한 이들이 제국의 중심을 떠나 사막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기에 도피라는 기준으로 수도회를 볼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그리스도교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교회는 제국 안에서 살아갔지만 구별된 삶을 살았습니다. 식민지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 가운데 그리스도의 모습을 간직하고 살려고 했습니다. 공인이 되는 순간 제국의 가치에 저항 하느라 순교하는 삶이 존재하지 못합니다.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긴장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리스도교의 윤리. 도덕 수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수도회주의는 이 세속화의 압력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또 다른 저항이었습니다. 

 제국이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이후 수도회가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과 수도사의 삶에 백색 순교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수도회야 말로 제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리스도교가 추구하는 가치가 양립하는 현장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거센저항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반대로 수도회가 사회와 건전하게 상호작용하지 못하며 존재 의미를 상실한 사례는 종교개혁기와 프랑스혁명 당시 수도회의 해산과 수도원 건물 파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수도회는 엄청난 부와 종교적 권력을 가진, 타락한 구체제의 상징이기도 햇습니다. 그렇기에 소속적 종교적 지향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산티아고를 걷는 수행자들이 많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수도사의 삶은 수도회 안의 수도사들의 길은 일상의 수도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평탄합니다. 그길은 따라야 할 규칙이 명확하고 그에 따른 보상도 정립되어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불확실한 현실 가운데 수도사의 삶을 요구받는 우리가 더 큰 고난의 길을 가고 있는 셈입니다. 수도사의 삶이 우리와 무관하다는 오해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수도사의 삶이란 과거, 거기, 그들의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 여기, 나와 우리의 삶입니다. 고독 속에서 연대 했던 수도사들의 가치와 지향을 우리 삶 속에서 연결해야 합니다. 

 수도원에 들어가는 사람은 다양합니다. 귀족의 자제를 비롯해서 거룩을 쫓아 오는 사람,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일한 것은 이들이 수도사가 되면 죽을때까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시험 끝에 들어가면, 기도와 노동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그중에 대표적인것이 필사된 책들입니다. 수도회가 지식의 보존과 재생산이 이뤄지는 학교와 도서관의 역할을 합니다. 수도회가 수고회가 됩니다. 
 수도회도 지역마다 특색이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가 흐르는 가운데 범죄가 이뤄지는 가운데서도 수도회는 거기 있었습니다.  남성 수도원이 있다면 수녀원도 있습니다. 그 당시 여성을 향한 차별과 압박으로 제한도 있고 제약도 있었지만 자신들의 목소리를 그 당시에 오롯하게 가질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 공간을 통해 분명하게 그 역할과 의미를 지닙니다. 

 수도회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가치는 세상을 등지는 가치가 아닙니다. 우리의 욕망과 본성을 거슬러 남을 향하게 하는 가장 치열한 고민의 현장에 우리를 세웁니다. 수도회는 현실에서 가장 먼 것 같지만, 사실은 현실과 밀착해 있으며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가치를 위해 타협하지 않고 지향점을 향해 나아갑니다. 
 한국 개신교의 위기는 영향력의 덫에 있습니다. 사회속에 그들의 목소리가 나오야 하고 영향력을 가져야 교회 답다고 오해 합니다. 자신들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다른 이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느 성찰성입니다. 우린 다르다 나는 다르다 주장 해봤자 진지하게 들어줄 이 없습니다. 
 세상이 길을 물어올때 제대로 된 길 안내를 해줄 무언 가를 찾을때 까지 땅바닥에 엎드리는 겸손함이 필요합니다. 공부가 필요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러합니다. 다시금 자신의 늘어진 신앙의 신발끈을 동여메고 순례의 길을 시작하길 바라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 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