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닷!)/끄적임

백수 + 아픈 이의 고뇌

예예파파 2025. 1. 2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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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일하던 곳에서 내게 인수인계를 해주고 나간 목사님을 만났다.
이분은 그 교회에서 10년 정도를 일하고 너무 힘든 가운데 목회를 마무리 지었던 분이다. 
그 힘든 과정이 왜 힘들었는지는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여하튼 나에겐 프론티어이고 앞서가신 분이고, 
공감 가는 것이 너무 많아 웃고 박수치며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서로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얘기할 수도 없는 얘기들이 오가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1년 전에 교회 일을 그만 두었는데 작년 10월까지 에어컨 청소, 개인PC수리, 싱크대 수리등 여러가지 일들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나도 딸이 둘인데도 달마다 300 이상이 나가는데, 이분은 딸이 4명에 장인어른 내외까지 모신다. 
상상이 안간다. 정말 존경스럽기 그지 없었다. 
결국 다다른 반도체 하청 업체에서 컴퓨터 일을 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주는 밥도, 월급도 너무 감사해서 히죽히죽 웃는다고 했다.
식판에 음식을 나눠주시던 분이 왜 웃으시냐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월급이 작니, 음식이 맛이 없니, 하는데 자신은 너무 행복하다고 하신다.
오히려 일반인으로 일하고 월급 받고 예배를 드리러 교회를 가면서 느끼는 것이
이전에는 거룩한 모습(?) 보이려 애써야 하고 덕지덕지 붙여야 하는 삶이었다면 지금은 그저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 자체로 예배가 된다는 것이 느껴진단다. 그만큼 성도의 삶이 쉽지 않고 그 가운데서도 헌신하는 삶이 만만치 않음을 더 알게 된단다.

그리고 어려운 삶이나 집에서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상황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찾는 여정이 더 깊은 고민과 이전에는 깨닫지 못한 하나님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고 있단다. 
그 얘기 까지 들으면서 나는 틀리진 않았구나, 이분처럼 과정 가운데 있구나 생각이 든다.

다른건 다 떠나서 이 분과의 공통점은 본인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불편한 삶을 살았다는 거다. 
이 옷이 나에게는 안 맞고 불편했다. 내가 스스로 입은 옷이 아니라 더 그랬다.
주변에서는 그 옷 멋진데 왜 벗으려고 하나? 그 옷이 얼마짜린데, 그 귀한 옷을 왜 벗어던지냐?
이런 얘기를 들어왔으니, 몸과 맘이 참 힘들게 살게 되었던 것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된다는 건, 꿈을 버리고 비전을 축소하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있다는 거다. 그걸 남이 판단해서는 안되고 자신이 찾아나가야 한다.
하나님이 나를 기뻐하셨듯 그 선하심의 방향을 깨닫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사명이라 얘기하는 것은 
본인에게 짐이다.
어찌 될지도 모르고 혹 못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을 기뻐하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내가 그 안에서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집에서 전기와 물과 밥을 축낸다는 얘기를 돌려 들었다. 
본인은 같이 의논하자는 얘기였다고 주장한다.
10년 이상을 가족에게 무얼 주었기에 이런 얘기를 듣나 싶었다. 
좌절이 왔다. 기쁨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싶었다. 
8년간 아파서 살아보려고 하지만 몸이 좋지않아 병상에서 취미생활만 하고 있는 분도 있다던데..
분명히 아퍼서 쉬었던거 같은데 그 사실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다행히 병원에서 최근 진료 결과가 좋은 결과가 나오긴 했다.)

결국 현실 앞에서는 모든 것이 어렵나 생각이 들었다.
닥치고 늘 하던거 해야하나. 방향성 없는 삶을 살아야 하나 싶었다.
마침 장사의 신이라는 분이 얘기하는 걸 들었다. 
장사를 위해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식당 홍보를 위해 전단지 돌리는 이유)는 
구매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가족을 위해서라는 거다.
생명에 대한 책임, 적어도 내 가족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존경하는 지인 분은 선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 가운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한 거다 
라고 한다. 그것을 이겨내고 버텨내고 지혜롭게 빗겨 가는 가운데 성장한다고.
물론 가만히 있지는 않을거다. 계속해서 공부하고, 도전하고, 시도해 봐야 겠다. 
가만히 앉아서 놀고 먹는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을 바꿔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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