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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서평 73 - 한병철. 서사의 위기

예예파파 2023. 10. 1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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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 서사의 위기

 일본 환타지 물의 내용중에는 자주 나오는 재미있는 컨셉이 있습니다. '사건의 원흉은 소문이 만들어 내었다.' 라는 컨셉입니다. 사람들 속에서 퍼져나간 스토리가 중첩되고 중첩되어 관념이 생기고 실체화가 되어 그 이야기 속의 괴물들이 실제로 등장하게 되어 모든 사건의 원흉이 되었다는 플롯입니다. 
이말은 어찌 보면 성경 속에 말로 천지를 창조한 이야기, 말을 통해 이뤄지는 일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 사람들은 말 속에 힘이 있다고 하며 그 말을 통해 인생이 이뤄지기도 한다며 긍정의 말을 추천하기도 하며, 칭찬을 찬양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체를 만들고 상황을 만드는 말은 그 속에 힘이 있습니다. 힘이 있는 말과 실체는 없으면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중독하는 말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둘다 힘이 있어 보이지만, 그 결과는 다르게 지어짐을 통해 우리는 그것이 다름을 보여줍니다. 우리시대에 스토리가 유행합니다. 그 스토리에 중독되어 살아갑니다. 한 스토리가 마무리 되면 다음 스토리를 찾아 해맵니다. 예를 들어 비유를 들지 않고, 웹툰 완결을 보면 그것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거나 감상을 자아내어 자신에게 보탬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허함을 채우기 위해 다음 웹툰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더 크게 본다면 인스타그램의 정보를 하나 본 후 다음 정보에 목말라 하며 릴스를 돌려보는 것 과 같습니다. 유튜브의 1분 이상의 영상보다 쇼츠가 엄청나게 소모되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거기에는 서사가 없습니다. 그저 정보의 연속입니다. 그 정보도 사람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키고 감화시키고 또다른 서사를 만들어 내는 힘이 부족합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더욱 목마르게 하고 더욱 매이게 하고 다음을 외치게 합니다. 그에 맞추어 소셜네트워크 회사들은 그 컨텐츠를 만들어 내도록 부추키고 사람들은 거기에 빠져 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잃은채 이야기라고 알고 있는 중독성 있고 인스턴트 적인 스토리에 빠져 듭니다. 다른 얘기 같고 별개의 얘기 같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이 포르노에 빠지는 것이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중독성 있고 많이 생각할 필요없고 특정 짧은 정보를 알려주고 그 정보를 접하고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고 자아성찰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다음 영상을 찾게 되는 것에서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자는 이것에 대해 경고합니다. 도대체 우리 안에 서사는 어디 갔는가? 우리를 움직이고 역사를 움직였던 그 진짜 이야기는 어디갔는가를 물어봅니다. 
이 책의 댓글들을 보면, 유독 호불호가 많습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좋은 책이다. 등등 원색적인 욕들이 난무합니다. 이들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도록 이끈 세상의 승리라고 봅니다. 각자의 사람들에게서 서사를 빼앗어 가고 스토리라는 포장을 한 얄팍한 정보를 쥐어주고 이게 다라고 알려준 세상의 승리입니다. 다시 볼 수 있기 위함을 던집니다. 
다시 세상에서 자신의 서사를 쓰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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