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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짦은 서평 04 - 양다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예예파파 2023. 3. 8.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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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저자 양다솔, 출판 놀(다산북스), 발매 2021.10.12.

 에세이나 수필을 참 좋아 했었습니다. 꾸며지지 않은 한 사람의 인생의 단편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종종나오는 수필에 애틋해하곤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전문서적을 읽고, 인스턴트 커피의 느낌으로 빠르게 소비하는 책만을 읽다보니, 문득, 인생을 들여다 보는 책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 싶어서, 집어든 책이 이 책입니다. 제목 부터가 맘에 들었습니다. 모두가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이 시대에 부자가 되는 마음이 아니라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은 무엇일까 하는 마음에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표지를 보면 세상 즐거운 느낌의 소녀가 뭔가를 타고 있습니다. 뒤의 배경을 보면 와이키키 해변의 바닷가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스케이드 보드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핑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러면 복장은 왜 청 미니스커트에 배꼽티인가? 어울리지 않는 세상에서 자기의 길을 걷는다는 작가만의 의식을 잘 표현한 일러인 듯 합니다.

 예상 했던 데로 책을 열자마자 파란만장하고 정신 사납고 아득하게 혼미한 작가의 일생이 펼쳐집니다. 내용 내내 펼쳐지는 아버지의 부재는 작가의 아버지를 향한 애뜻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로부터 배운 자유로운 삶을 펼치려는 끼가 그에게서 왔음을 보게 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묻어나는 그녀를 지칭하는 여사라는 단어는 어머니의 단호함과 장군 같은 당당함 속에 숨겨져 있는 여성 스러움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일상의 소소함과 답답함과 해소, 카타르시스를 어떻게 이렇게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단지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자유를 향한 갈망일까 어머니로부터 배운 솔직담백 당당함일까? 때로는 불쾌 하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분노가 일어나기도 하고, 작가의 손길을 따라 울고 웃는 가운데 책에 끝에 이르게 되면 생각합니다. 마무리가 안되어 있어!

사실 우리의 삶이 그렇지 않습니까? 마무리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이전에 썼던 에세이에서 재밌는 부분만을 추린 것이라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차, 중요한 것을 빠뜨릴 뻔 했습니다. 바로 이 작가가 말하는 가난입니다. 표현을 너무 화려하게 해서 정신 산만해서 그렇지 작가의 글 속의 삶은 넉넉하지 않습니다. 10대의 몇 년을 절에서 삽니다. 조금이라도 경제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서입니다. 현세로 나와서는 쌓여있지만 갚을 수 없는 영수증 더미에서 삽니다.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습니다. 학교에서 장학금 준다길래 알바를 그만두었더니 학교는 그런말 한적 없다고 합니다. 이런 류의 수모를 수도 없이 겪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마시고 싶은 차를 우아하게 마실 줄 압니다. 고양이 두 마리를 아끼는 애묘가입니다. 나무를 키울 줄 아는 사람입니다. 비록 출가해서 곁에 없지만 있으면, 즐겁고 웃겼던 아버지가, 든든한 어머니가 있음을 압니다.

 

가난하지만 자신의 자아의식이 확고하고, 마음의 쓸고 달고 짠 표현을 마음껏 터트릴 줄 아는 자유스러움, 세상이 말하는 자본주의의 개인주의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한 젊은이의 모습을 보며 가난에도 처해보았고 부에도 처해보아서 일체의 비결을 배우게 되었다는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평생 걸어온 길이 뭔가 어긋났구나를 깨닫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꺽이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간 그 사람. 나는 얼마만큼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보았는가 현실에 녹아들면서도 나를 사랑하고 드러내 보았는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랑 정욕이랑 착각하며 살면서 이것 못하네 저것 못하네 하며 나를 한땀 한땀 만들었을 조물주를 욕하고 퍼질러 있지는 않았는가?

결국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은, 이미 주어졌던 마음, 우리에겐 복음이겠죠. 언제나 그 마음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마음을 우리는 잊어버리고 산다는 것이죠. 손에 쥐어졌는데도 말이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는 어떤 나인가? 세상이 말하는 것에 매달린 나인가? 아니면 정말 매달릴 것에 즐거이 매달려 있는 나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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