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닷!)/끄적임

씁쓸한 아침.

예예파파 2008. 3. 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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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와 오랜만에 의기 투합하여 목욕탕에 갔다. 그 목욕탕이 조금 커서 놀고 쉬기도 좋고 아침 일찍 가면 반액 할인이라서 우리 둘은 자주 그곳에서 목욕을 하곤한다. 그리고 근처 대학교에서 식사를 하곤하는데 늘 그렇듯이 우린 둘이 타는 싼 택시(둘이 합쳐 버스비 보다 싼)를 탔다.

대뜸 타자 마자 운전기사분이 하시는 말이
"XX대 가죠?"
'예"
라고 대답을 했더니 그때부터 원인을 알수없는 그 분의 넋두리가 시작 되었다. 밤늦게 까지 술먹고 학교 가냐느니 친구끼리 같이 목욕탕은 왜 가냐느니 술먹고 목욕탕 가냐느니...이리저리 엉망진창인 아저씨의 말을 요약하자면...

'밤새도록 술먹고 무슨 낯으로 학교로 가냐..' 라는 것이다. 그분의 자녀들도 다 대학을 졸업했고 수험생인데도 술먹으로 돌아다니며 밤을 샌다고 한다. 혹시나 싶어 아저씨의 얼굴을 거울을 통해 보니..상당히 피곤한 기색이 있었다. 아마도 새벽 택시 시작 시간에 술에 취한 학생 몇명을 맡았다가 오셨나 보다.라고 생각하니 황당함은 덜 했지만서두...

참 씁쓸했다. 내가 술을 먹고 먹지 않고를 떠나서...내가 그 대학과 전혀 관련이 없는 대학원 준비생이라는 것도 접어두고..그 아저씨가 생판 처음 보는 계란 한판 친구들에게까지 학생인냥 학생에게 얘기하는냥 아침부터 떠들어 대는 그 이유가 무엇일까..하는 것. 그렇게 까지 쏟아 부을 정도로 막혀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분의 아들? 아니면 술이 아니면 삶이 돌아가지 않는 분들의 삶에 치인 한 중년 어르신의 비애?

마지막으로 그분의 했던 조크가 생각이 난다.
"저희는..술 안 먹는데요.."
"그럼 마시겠지.."

그 반대도 똑같았다.^^(말을 통할 의도가 전혀 없이 마구 말을 하고 싶었던 듯...)

씁쓸하지만 뭔가 조그만 희망을 간구하게 되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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