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닷!)/끄적임

백수가 되었습니다. (ver. 교회)

예예파파 2024. 12. 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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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되었습니다. 

백수가 된지, 2주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14년 정도를 사역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처음으로 어디로 간다라는 개념을 내려놓고 쉬어봅니다.
제가 일하고 닳고 익숙해진 그 일을 내려놓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3가지로 요약을 해보았습니다. 

1) 건강상의 이유
1년전 단독목회를 하기 위해 갔던 교회에서 은퇴 목사의 음모(?)로 불려갔죠. 
1년3개월후 그대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12월이라 갈 곳도 없고 자금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가족이 모두 상처를 입었습니다. 누군가의 소개로 어쩌다 구미의 한 교회 부교역자로 가게되었습니다.

그때 제 신장(콩팥)이 안 좋아 진걸 일하고, 6개월 후에 알게 되었네요. 
첨엔 종종 겪던 요로결석으로 응급실에 간 걸로 시작되더니
통풍도 오고 여러가지 합병증이 왔습니다. 
콩팥이 나빠졌을때 후유증이 왔습니다.
기력이 쇠하고, 일을 제대로 쳐내지도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교통사고로 허리가 나갈때도, 뇌종양을 잘라내고 내려오라고 해서 
1주도 안되어 바로 사역할때도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젠 지쳤습니다.
정신과 약을 계속 먹고 있었는데 이것도 한계가 있더군요.

육신으로 따지면, 한 사무실에 일하는 정 인원수가 4명이어야 하는데 거의 혼자서 일을 다했습니다. 
속된말로 금융치료도 안됩니다.(인센티브가 없죠..달란 소리 아닙니다. 회복을 할 건덕지를 못찾았습니다)

믿음으로 이겨나가는 것도 체력이 되어야 되더군요. 집에 오자마자 뻗어 쓰러지는데 가족도 제 자신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걸 믿음으로 해내시는 멋진 분들이 계시는 것도 압니다. 존경합니다.

일은 일대로 치이고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인생 처음으로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했습니다.
문제가 있습니다.  제 성격상 아프다고 얘기하는 건 진짜 아퍼서 말하는 건데 받아들이는 쪽은 그렇지 않은게 문제였습니다.

몇달을 더 꾸역 일하다 일하다 몸이 너무 좋지 않아서 다시금 면담해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속상한 건, 제가 사직서를 내고나서야, 그렇게 안들어 오던 일꾼들이 들어오더군요 1년 내내 오지 않던. 책상도 바꾸고 사무실 리모델링도 싹 하고. 결국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의 손 안에 있는 일이 분명하다.
요지는 몸이 아파서 사직서를 낼 정도로 지쳤는데 알고보니 계획이 다 있으셨다...

2) 일의 방향성
직업이 '직'과 '업'이 합쳐진 말이라고 하죠. 저는 직으로만 살았지 업으로 살지 못했습니다. 사명으로 받아들이질 못했습니다.
10여년이 넘게 이 일을 했지만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삶임을 알았습니다. 목회의 방향이 이 것만 있는게 아닌데 이것만 되는줄 알고 살았습니다. 
이 일로 사실 가족과의 관계가 많이 틀어졌습니다. 상담을 하는 가운데 제 삶속에 문제가 많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휴 미실다인의 '몸에 밴 어린시절'이란 책은 사람의 어린시절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어른의 모습을 설명합니다. 상담하신 분과 이 책의 내용을 따르자면 저는 개념의 수준이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이 10여년 동안 그 거룩하고, 힘든 목회자의 사역을 감당하려 했으니 트러블이 일어날수 밖에 없는 것이죠. 
가족간의 관계도 그런 이유로 틀어졌습니다. 고등학생으로 아내를 감당하려 했고 자녀를 감당하려 했습니다.

오히려 일을 그만두기로 작정하고 가족이랑 불이나든 무너지든 붙어서 대화를 시도하여 회복의 시작이 되는 계기가 이뤄졌습니다. 
나 자신의 나이도 높이려 내면 공부, 외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서로에게 주었던 아픔을 찾아가고 회복시키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결론- 제가 진짜 해야 할 일을 쉬는 가운데 찾는 준비 중입니다. 

3) 쉬어야 산다. 
백수가 되었다고 바로 몸이 쉬어지는게 아니더군요. 제 성격상의 문제도 있지만, 1주일은 잠만 잤습니다. 
쉬게 되면서 몰랐던 고통이 그제서야 몰려왔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악몽을 꾸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군대 다녀온 사람이 군대 다시가는 꿈꾸는 느낌?
쉬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리듬이 깨져서 아픈게 아니라 일한다고 관리하지 못하고, 몰랐던 아픈 곳이 여기 저기 발견되서 아픈 거더군요.

아내와는 이일을 위해 거의 1년하고도 3달을 얘기를 했습니다. 
결국 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저는 잠정적으로 백수가 되었습니다. 
딸들은 매우 좋아했습니다. 아빠를 매일 집에서 볼 수 있다고..
저도 좀 가정을 돕고 아내를 돕고 딸들과 놀아주며 쉴 시간이 좋더군요. 현실적인 경제 문제는 삶의 공부를 하는 가운데 채워주실 것을 믿음으로 보고 미래를 준비하렵니다.
그러는 가운데 제가 진짜 해야 할 일도 준비 해야겠죠. 

결론 - 쉬어야 살아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제가 겪어 보았기에 글도 써보려고 합니다. 부교역자들이 정말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할 것에 대해 고민했던 글을 조금씩 올려보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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