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닷!)/일상의 소소함

생명

예예파파 2007. 2. 1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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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이른 지금, 크게 변한 것 가운데 죽음에 대한 인식이 있다. 자살 동호회 같은 것이 그 예다. 더구나 연예인들의 자실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렵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우주와도 맞바꿀 수 없는 게 생명이다.

 아득한 옛날, 군대 시절 월남에서의 이야기다. 작전을 하다가 병사하나가 부비트랩을 맞았다. 지뢰가 터져 하반신이 피투성이였다. 무전병이 구급헬기를 부르는 사이 우리는 사주경계에 들어갔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사방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세상의 고요란 고요는 다 그곳에 모인 듯했다. 그 무참한 고요 속에 병사의 비명이 터져 올랐다. 물! 물! 그러나 우린 그에게 물을 먹일 수가 없었다. 물을 먹으면 출혈이 더 심해지리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한 시간이 되도록 헬기는 오지 않았다. 정글이 너무 넓고 깊어 우리가 있는 곳을 찾아 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 시간이 십년은 되는 듯이 길었다.

 그동안 우리는 헬기가 냉큼 나타나기를 빌고 빌었다. 입술이 터지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갈증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를 살려내야 한다는 단 한 가지 생각에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무섭게 타오르고 있었다. 왜 우리는 그토록 매달렸단 말인가?  

김현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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