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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전을 갔다와서..

예예파파 2008. 3. 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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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4>

이 전시회를 보러 가기 전 상당히 망설였었다. 달리라고 하면 제일 대표적인 작품이 제목은 알 수 없지만 흘러 녹아내리는 시계라는 것 외에는 잘 알지 못하는데 나에게는 입장료도 만만치 않고 그것도 혼자서 그 곳을(4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관람을 하라니. 가보기 전에 맛이나 보자 해서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작품들이 내가 보고 공감을 했거나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었던 작품들이었다. 단지 나의 성격상 영감만 기억하지 작가의 이름은 지워 버렸을 뿐. 전시회에 대한 품평은 서울에서나 대구에서나 별로 좋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그저 모니터 화면만 보고 알 수는 없기에 직접 체험하기로 했다.

입구에서 맞이하고 있는 얼굴 모양으로 나타낸 설치미술을 뒤로 하고 입구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나를 맞이한 달리의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중에 알았지만 후에 나올 장미머리의 여인이라는 브론즈와 비슷한 형태와 의미를 많이 부여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처음 보는 달리의 작품이기에 한참을 서서 그 작품을 감상했다. 얼굴을 모두 나뭇잎으로 감싸고 있었고 머리칼이 있어야 할 부분은 온통 꽃으로 덮여 있었다. 게다가 손은 위로 모으고 있었는데 손이 있어야 할 부분은 쇠줄을 꼬아 만든 것처럼 마치 줄넘기를 넘기는 형상처럼 되어있었다. 머리에는 아름다운 꽃의 향기가 얼굴은 알듯 말듯 나뭇잎의 청순함으로 가려져 있으며 남자를 감싸 안게 되면 놓지 않는 풀려지지도 않을 쇠줄의 손(?)을 가진 여자란 말인가? 이렇게 앙상하게 뼈만 남았는데.. 여러 가지 의문을 남기며 더 깊숙한 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전체적으로는 주제를 나누기를 “꿈과 환상(Dream & Fantasy)”, “관능성과 여성성(Sensuality & Femininity)", "종교와 신화 (Religion & Mythology)", ”초현실주의 가구와 패션(Surrealistic Fashion)”, “달리의 주변 이야기(Dali's Episode)" 로 구성되어 있었다.

꿈과 환상
달리의 작품 전반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주제로서, ‘녹아내리는 시계’와 같은 대표적 이미지를 조각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들었던 공간이다. 달리는 예술만이 무의식에 자유를 줄 수 있다 확신하여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려 노력했고, 꿈이 진정한 자신의 존재 표현이라는 믿음 때문에 꿈과 환상의 세계를 재현하는 데 몰두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본 우주 코끼리는 다른 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을 만큼 그 느낌이 압권이었다. 신체구조를 떠난 욕망의 결정체라니. 프로이트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달리는 ‘편집증적 비판방법’으로 상상과 환상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달리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프로이트의 책을 어느 정도 읽어봤고 영감을 주었다는 꿈의 해석은 나도 재미있게 읽어봤기에 상당히 공감을 주는 부분이 많았다. 시계는 대부분이 정각은 아니지만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늘어뜨리기 좋은 배치였을까.

관능성과 여성성
여성 형태의 조각 작품과 문학적 소재의 삽화 등에서 달리의 무의식적인 성적 강박관념을 관찰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밀로의 비너스 상에 성적 상징인 서랍을 관통시킨 대형 조각, 회화에서 등장하는 여성이미지를 입체화시킨 조각 등이 그 대표적 예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또는 TV를 통해 자주 보았지만 직접 그 비너스를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고나 할까. 어린 시절의 여성과 관련된 달리의 두려움은, 부인이자 창조의 여신 갈라 와의 만남을 통해 해소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다. 나중에 보면 나오지만 그는 자신의 부인을 자신의 영감에 느껴지는 대로 불렀다. 그런 것에서 그녀는 창조의 여신이라 불리지 않았을까. 관능적인 여배우의 입술에서 차용한 소프트 조각인 입술 소파(멀리서 떨어져서 보았는데 진짜 입술이었다.), 닫힌 공간에 대해 성적 호기심을 자아내는 ‘서랍’ 등이 여성 형태의 조각에서 반복 재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종교와 신화
“종교와 신화”에서는, 달리가 구약 성경, 고대 유대교의 전설, 그리스 로마 신화, 단테의 고전 작품을 상상력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다양한 조각, 회화 작품들이 선보인다. ‘유니콘’, ‘성 게오르기우스와 용’과 같은 조각 작품뿐만 아니라 밀턴의 ‘실락원’과 단테의 ‘신곡’에 일련의 삽화를 그린 회화 작품들이 대거 소개된다. 그의 작품 중에서 왠지 맘에 들지 않았던 장소이기도 했는데 머리가 지끈 거릴 정도의 상상력이 여기선 극에 달해서 나의 머리가 피곤해 진 탓이었을까. 그나마 ‘유니콘’ 이라는 작품은 딱 보기에 드러내는 모든 것들이 한눈에 보여 맘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설명을 읽지 않아도(사실 설명들이 감상에 방해가 되곤 했다.) 유니콘의 상징성과 엎드려져 있는 아가씨 그리고 하트모양의 구멍을 통해 흘러내리는 끈끈한 느낌의 액체는 충분이 그의 성적 상상력을 느낄 수 있었다.

초현실주의 가구와 패션
응용미술의 영역에서 확장된 달리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달리는 많은 가구를 제작한 디자이너로서도 명성을 얻었는데, 달리가 디자인한 소파, 테이블, 의자, 스텐드와 같은 다양한 가구가 선보인다. 달리의 작품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은 국내외의 패션 작품 22점도 함께 소개되는데, 오늘날 최고의 패션브랜드인 폴 스미스, 모스키노, 쏘니아 리키엘 등은 그들의 상상력의 제한에서 벗어나, 자신의 디자인을 통해 달리의 시각을 재해석해 내고 있다. 팔이 여러 개 달린 옷에 여성의 가슴이 드러나게끔 디자인 된 옷, 서랍처럼 디자인 된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옷 등. 달리의 상징성에 호소한 것들을 비롯하여 그의 작품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한 것들도 있어서 조금 오래 보았던 곳이다.

혹시나 싶어서 전시장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달리의 작품에 나타나고 있는 공통점을 적어보았는데, 축 늘어진 시계, 뱀 잡는 데 쓰일 것 같은 지팡이, 골격 3개짜리 긴 다리, 서랍, 인도의 동양적 느낌, 콩알, 개미 등이었다. 알고 보니 시계는 사람의 인생의 걸쳐진 시간들을 표현하고, 지팡이는 남성을 표현한 것(길고 딱딱한 느낌 때문일까?), 골격 3개짜리는 아직도 이해 못했고, 서랍은 특히 여성의 누드에 자주 사용했는데 여성의 은밀한 부분 육체뿐만 아니라 속내의 까지도 알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낸 것이고, 콩알도 알고 보니 성기를 표현한 것 같았다. 개미에 대해서는 달리의 특이한 집착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는 성게, 개미, 새우 등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것에 남다른 집착이 있었다고 했다. 시계의 브론즈에도 개미 두 마리가 ‘우주 비너스’라는 작품에도 개미 두 마리가 있었다. 시계 위의 두 마리는 아주 우연찮게 발견했다. 괜히 모든 시계의 시각이 몇 시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자세히 살펴보다 발견한 거다. 겉은 남들이 다 보는 거지만 부드러운 속은 변화가 있다는 것에 집착한 것일까? 그의 작품 특히나 회화는 전체와 부분 즉, 숲과 나무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왕의 이발사’였던가? 자세히 보면 붕 떠 있는 땅위에 서있는 괴상한 사람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괴상한 사람은 왕의 귀와 머리칼이 되어있고 커다란 왕의 얼굴이 보인다. 그러다 갑자기 달리가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는 피카소보다 뛰어나다” 피카소보다 뛰어난지는 나의 소견이 좁아서 잘 모르겠지만 ‘피카소가 입체 즉 3차원공간을 평면에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듯이 이 사람은 자신의 상상력 즉, 4차원 공간을 한 평면이나 조형물로 표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그의 괴상망측하고 이리저리 흩어지고 때로는 전체와 때로는 부분의 놀라움, 성적으로 자유로운 그의 표현이 이해가 갔다.

출구를 나오면서 교수님이 전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이 같은 작품들을 이 가격에 볼 수 있는 기회가 평생에 한 번 있겠느냐고......” 일단은 공감이 되었다. 그의 엄청난 상상력과 그것의 놀랍고도 정교한 표현, 아니 정교함을 넘어선 자유로움에 놀라는 시간이 되었다. 단지 잘못 배치된 조명으로 인해서 그 상상력을 재대로 감상하지 못했던 점이 조금은 아쉽지만. 마지막에 이제야 다 봤구나 하고 출구를 나서려는 순간 그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를 상영하는 것을 20여분 정도 보았다. 나는 도저히 볼 수 없어 일어섰고 여전히 멀어져 있는 나와 달리와의 거리를 다시 한 번 새삼스레 느끼면서 출구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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