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닷!)/끄적임

아빠가 숨죽여 운 이유

예예파파 2020. 6. 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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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때 코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누런 콧물이다. 그만큼 코가 좋지 않았다. 비염에 축농증. 코를 훌쩍이고 풀고 코가 막혀 멍하고 그럼에도 학교 공부는 해야 하고 아마 국민학교에서 중학교까지 나의 공기를 접하는 세상은 그러지 않았었나 싶다. 사실 대학교 다녀서까지 코가 좋지 않아서 늘 콧물, 가래와 함께 했던 기억이 있다 어찌보면 그 누구도 코를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고 잘 듣지도 않는 약 처방에 , 관리 해주지 않은 방관에 쩔어 살았던 흔적이다. 

지금은 그래도 관리를 할 줄 알고 나만의 방식도 찾아서 하고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왜 그리 살았을까 싶은 공포의 시간 우울의 시간이다. 코로 숨을 잘 쉬지도 못하니 늘 입냄새가 나고 머리도 멍한 경우가 많았는데 내가 원래 그런줄 알고 살았다니 지금 생각하니 참 많은 것이 원망스럽다. 아무도 나에게 관리를 가르쳐주지 않았던것.. 바보같이 그리 살았던것..

그런데 위의 일들이 다시금 나를 슬프게 하고 힘들게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설마 설마 했었는데..

두딸이 아직 5살 7살 남짓이고 어린 탓에 면역력이 떨어진 탓에 콧물이 자주 목으로 넘어가구 자기 전마다 코를 풀며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며 정말 힘들겠구나 조금만 참자..하고 병원을 보내었었다. 그러다가 어제 아내가 잘 아는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이런 건 아닌데 그 의사 선생님이 이 말을 했단다...

'아이들 이런 건 유전이라고 밖에 답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들어가면 조금씩 나아질겁니다.'

구체적인건 조금씩 달랐지만, 다른 의사들이 저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내 기억으로는...그런데 그래도 내게 도움도 되었던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세삼 나 자신의 과거와 오버랩을 하게 된거다. 내 사랑하는 딸들의 증상이 나의 피로 인해 된 거라고 생각하니 속에서 욱 하는 것이 올라왔다.
마침 어제 늦게 까지 외할머니 집에서 놀다가 와서 바로 아이들이 피로에 쩔어 잠드는 것을 보고 나는 숨죽여 아이들 옆에서 울었다.
너무 서러웠고 너무 화가 났다. 사랑하는 딸들을 괴롭히는 병들이 알고 보니 아빠때문에 생긴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낫다고 하지만 그 전에 받을 고통(나는 이미 겪어 봤기 때문에)을 생각하지 하나님께도 화가 났다. 도대체 얘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비참한 기분을 허락 하십니까?

더 사랑하고 아껴줘야 겠다. 더 잘해줘야 겠다. 더 기도해줘야 겠다. 생각하며 그냥 아이들 손을 꼭 잡아 주는 것 외에 아빠가 해 줄수 있는게 당장 생각나지 않았다...애들아

미안하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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