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닷!)/끄적임

[주저리] 용서라는 것

예예파파 2012. 1. 1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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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중에 갑자기 문자가 왔다. 아끼는 친한 친구인데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한 분이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아는 이들이 돈을 모아서 선물을 사주자는 것이었다.

무심코 개인당 얼마정도로 잡았냐고 물어 봤고 개당 5~6만 정도로 내면 된다고 했다.

무얼 사길래 여러명이 그렇게 많이 내누..라고 물었더니 녀석이 대뜸 "그래서, 낼꺼여 안낼꺼여..?" 라고 묻는 것이었다.

친구의 말투는 원래 알고 이 친구 하고는 서로를 좀 알기에 그 말투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그 친구가 그 질문을 하는 순간 많은 상념들이 머리속을 지나갔고..

엉뚱하게도 나의 머릿속의 결론은 ' 아..내가 이 분(결혼하시는 분)을 아직도 용서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대학교 다닐때 기독교 동아리에 있었던 나는 군대 가기 전에 조금은 그 동아리에서 보기에 방황을 조금 했었다. 대학 생활이 힘들기도 했었고

짝사랑 문제 때문에 괴로워 한 시기여서 동아리 활동에 나가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제는 위의 사람을 포함한 (편하게 누나라고 하자) 다른 한 사람이

나를 엄청 큰 죄인으로 몰아 붙인 것이다. 지도하는 간사님께 걱정을 끼쳤으니 사죄하라!..라는 식의 분위기로 몰려 갔고 그 분앞에서 잘못했다고 얘기하라고 하는 등떠밈까지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 여기서 종교간의 옳고 그름의 얘기는 아니다 사람과의 관계 문제이지 단지 내가 속했던 단체가 기독 단체였을 뿐..)

군대는 나중에 가겠되었지만 무슨 군대도 아니고 강제력이 있는 단체도 아니었고 게다가 공동체에 대한 개념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던 나로써는 그당시 상당한 충격과 상처를

받았던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나는 그 당시 그곳을 떠나 버렸고 그 사람들이 졸업을 하고 나서야 나는 그 동아리에 다시 찾아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닐 수도 있다 하도 오래되어서)

어찌 되었든 그렇게 그 누나들과는 내 친구가 무지 친했기에 어쩔 수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군을 갔다 와서도 연결이 되어 만나기도 했었는데, 그리고 예전에 일은 묻여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날 한 누나가 나에게 와서 진솔하게 나에게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했다.

그때 그 사건은 잊을 수가 없는데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통화상의 문제였지만 그 누나의 용기에 겸손함에 지금도 감탄하곤 한다. 사실 주도적이었던 것은 그 분이 아니었기에

그래도 물심양면으로 날 아껴주었던 것을 기억하기에 나는 지금도 그 분을 생각하면 감사하다.

반면에 다른 분은 그 일에 대해선 별것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생각하며 평소처럼 나를 대해 주는데 나도 뭐라 할 수도 없어서 친구의 떠밀림에 가끔 그 분을 만나기도

했고 농담도 주고 받고 하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 용서를 구했다 하더라도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을 보면 인상 깊었던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던 것은 아닐 지 모르겠다.

과거에 이런 일이 있고 오늘 그 일을 경험하게 되니 약간 기분이 다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용서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용서를 나에게 구했던 사람은 나를 미워 했을 수도 있다. 나에 대한 감정이 오히려 나 만큼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연장자로서 먼저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분의 용기에

감탄했고 지금도 연락은 뜸하지만 페북의 한켠에 친구로 남아 있다.

위의 친한 친구도 그 과정을 알고 있긴 하지만 내가 여전히 그분을 용서치 못하고 가끔 있는 모임에 가지 않는 이유를 아직 이해 못할 것이다. 이제 결혼을 하면 더더욱 만나기 힘들겠지

이제는 그 사람의 문제라기 보다는 나의 문제가 되었다. 그 사람을 이제는 용서 해 주어야 한다는 숙제..그 사람이 듣던 말던 간에..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자존심?

용서에 자존심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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