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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서평 64 - 마틴 솔즈베리. 일러스트레이터의 스케치

예예파파 2023. 9. 1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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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방사라는 곳에서 이벤트로 지원 받아 리뷰를 작성해 봅니다. 누구는 티켓도 받던데 그런 것도 지원 받았으면 흑..
각설하고.

택배를 받았을때 묵직하고 뚜꺼운 책을 보며 어 이건 전문 영역인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전공하고 그러는 사람들이 읽을 책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많은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만의 노트가 있고 그리는 이들에게는 그 노트가 스케치북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그 아이디어가 단순히 그림 뿐만이 아니라 삶의 인사이트도 되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안에 있는 작품들을 쳐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가들의 그림이라기 보다는 거의 스케치에 가깝습니다. 그들의 아이디어를 이어가고 영감을 이어가기 위한 그림들입니다. 물론 제가 보기에는 다 대단해 보이는 작품들인데 그들에게는 잠시 쉬어가는 구간이거나 다음 작품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그림들입니다. 개중에는 상상도 못한 그림이나 컨셉이 보이기도 하고, 이전에 작업하지 않은, 그러니까 이들이 평상시에 내는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노골적인 성묘사 장면도 있습니다. 

목차를 보면, 대부분이 서양쪽의 분들이지만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동양 분들도 있습니다. 페그오(페이트 그랜드 오더)에 나오는 호쿠사이의 이름도 눈에 띄는 군요. 알려지지 않은 그분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확실히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들의 그림이나 스케치 보다는 아이디어가 많기에 아 이분들의 그림 이면에 이런 아이디어나 스케치가 있었구나 하는 영감을 얻는 시간이 됩니다. 

작가의 입장에서 스케치에 관해 적은 글을 하나 인용해 보자면 이러합니다. 

스케치는 제 작업 중에서 기쁨과 자유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건 놀이의 필수적인 순간이죠. 스케치는 연필에서 흘러나오는 생각을 지켜보는 일이고,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만들어 내며, 어린 시절의 감정을 재발견하고, 미지의 선들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 버리는 일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은 책을 만드는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생각이 막히거나 창조성이 결여되었다고 느낄 때, 스케치는 나 자신에게 생명력과 활기를 불어넣는 본원적 순간이에요. -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스케치북은 놀고, 기록하고, 반영하는 공간이에요. 처음 스케치북을 사용할 때는 각 장마다 완벽한 작품을 그리려고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완벽하지 않은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답니다.” _샬럿 에이저

“그림책을 작업하던 습관 때문일까요? 저는 글과 그림을 동시에 작업하는 걸 좋아해요. 주로 제 마음을 기록하기 위해 스케치를 해요. 조각보를 기워 패치워크를 만드는 것처럼, 매일 관찰한 것들을 스케치북에 한 땀 한 땀 ‘바느질’하지요. 손으로 하는 작업들은 다 좋아요. 그 덕에 세상이 좀 더 따뜻하고 사랑스러워지거든요.” _차이 가오  

“스케치북은 창작자에게 아주 사적인 물건이에요. 다른 예술가의 스케치북을 보면 그들의 사고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아요. 바다 풍경과 하늘에 대한 터너의 연구는 놀랍지요. 피카소의 그림일기를 보면 영감이 떠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려요. 윌리엄 켄트리지의 스케치북은 영상과 음악으로 살아나고요. 스케치북은 자신을 잃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곳이랍니다.” _크리스토퍼 코르  

“항상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자신만의 스케치북을 만들고 매일 무엇이든 그리라고 했지요. 그렇게 모인 스케치북 더미가 일종의 일기장이 됐어요. 그림을 다시 보면 그때 일어났던 여러 일들을 기억하게 돼요. 그림을 그리면 집중해서 바라볼 때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답니다.” _마크 엔트위슬

“스케치북 안에서든 밖에서든, 드로잉 연습은 일러스트레이터 및 디자이너로서 개념적으로 사고하고 실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저는 스케치북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사고하고 기록합니다. 그리는 과정과 아이디어 개념화 사이의 종합적 관계를 탐구하는 실험적 공간이 되는 거죠.” _크리스 하퍼

“지난 몇 년간 디지털 기기로 많은 작업을 했지만 종이 스케치북에서 벌어지는 재미와 작은 우연들은 도무지 복제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아직도 관찰 드로잉을 위해, 때로는 개인적이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위해 스케치북을 사용해요. 가장 신나는 시간이지요!” _시유 린

“갈수록 더 많은 완성작이 스케치북에서 나오고 있어요. 휘갈겨 그렸기 때문에 불완전한 점이 많지만 그게 완성작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_레아 양

많은 작가들의 심정도 이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서 적은 것처럼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아이디어 스케치입니다. 일반인에게 비유하자면, 자신의 개인 노트이거나 다이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아이디어를 담은 카드 박스이기도 할 것입니다. 

칼레프 브라운 작가의 경우는 실제 작품에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나 소재를 사용해서 실험하는 용도로 스케치북을 쓰곤 합니다. 그런 가운데 다음 작품에서 할 것을 시도해보는 재미를 보여줍니다. 

엠마 칼라일 같은 경우는 동시에 두가지 이상의 스케치 북으로 작업을 합니다. 하나는 장소를 그리고 하나는 동물을 그리고 나머지는 사람을 그려서 합쳐본다는 말입니다. 마치 여러개의 아이디어 카드를 쓴 다움 여러방법으로 합쳐보는 것으로 새로운 창작물이 나온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제작한 분은 역시 케임브리지 예술학교의 일러스트레이션 교수입니다. 주로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 석사과정을 설계하고 강의하는 분인데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바도 있습니다. 이분이 여러 작가들의 스케치 과정을 모으고 저작권 소유자를 찾아가고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모은 책이 이책 입니다. 작가 한사람 한사람의 개인적인 세계를 엿보는 경험은 매우 매혹적입니다. 신비로운 일입니다. 특히 관련 분야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색체와 자유로운 선의 놀이를 보게 되면 그저 출판으로만 볼 수 있는 정형화된 작품을 보는 것 이상으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유명 작품들을 남긴 작고 작가부터 활발하게 활동중인 현역 작가들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삽화가들의 스케치북 사용법과 이야기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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