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정일은 `독서일기`에서 어릴 적 꿈이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시에 출근하고 오후 다섯 시에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 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스가 적고 정년도 보장되는 `철밥통`이기에 공무원이 되고 싶은 2000년대 젊은이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직업관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아예 책을 읽기 위해 자발적인 백수가 되는 젊은이도 있다는 사실이다. 2006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박주영의 `백수생활백서`를 보면 "하루에 한 권 이상의 책을 비타민처럼 복용"하면서 살아가려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 시대에 돈이 되지 않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이 책 제목만 보고 `만원으로 일주일 버티기`류의 지침을 위해 책을 구입한 `이태백`들이 많았다는 후문도 있다. 왜 여전히 이처럼 책과 사랑에 빠지는 `원시부족`들이 출몰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직접적으로 돈을 벌 수는 없지만, 돈이 없어도 행복해지는 법이나 조그마한 돈이라도 행복하게 쓰는 법은 알 수 있다.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지팡이를 든 노인이 `무엇을 만들어줄까`라고 질문하는 데 대해 `돈을 달라`가 아니라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그 지팡이를 달라`고 대답할 수 있는 지혜를 책이 선사한다는 것이다. 디트리히 슈바니츠가 쓴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교양`의 맨 앞도 "로빈슨 여행기는 유토피아의 전사(前史)다. 유토피아의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난파된 선박의 잔해가 있다. 그러나 로빈슨은 육지에 올라와 목숨을 건졌으며, 학습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은 살아 남아 있다. 가라앉은 것은 지식의 화물이다. 그의 능력은 재생될 수 있다"는 구스타프 뷔르템베르거 말을 인용하며 시작된다. 컴퓨터가 사라지면 그 속의 검색엔진으로 검색했던 지식들은 사라지지만, 인간 머리 속에 있는 지혜는 사라지지 않는다.
책이 소중한 이유는 이처럼 지식 자체가 아니라 사고능력을 배양시켜 주기 때문이다. 책은 한순간에 사라지는 문명이나 문화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명이나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간 자체를 형성한다. 책이 곧 인간인 것이다. 책은 인간의 유전자가 되어 `know-what`이나 `know-where`와 관련되는 `정보`가 아니라 `know-how`나 `know-why`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그래서인지 크리스티아네 취른트가 쓴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 책`에 대한 추천의 말에서도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다음처럼 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나치당이 독일인들에게 전쟁을 준비하게 만들 때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책을 대량으로 없애는 일이었던 반면 미국인들은 민주주의 체제 기틀을 잡기 위해 신병을 전쟁터로 내보낼 때 대학에 위임한 `그레이트 북 코스(Great Book Courses)`에 보냈다는 것이다.
옛 시절 먼 나라 이야기를 할 것도 없다. 요즘 TV에서 금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을 점령하고 있는 사극의 인기나 베스트셀러 문학 분야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팩션(faction)류 역사소설을 보면서 E H 카가 쓴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역사의 적극적 정의를 끌어오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처럼 현재성에 의해 재구성된 역사 자체가 `선택된 기억이거나 왜곡된 과거`라는 비판적 인식을 하기 위해서는 알라이다 아스만의 `기억의 공간`도 읽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지금 우리 사극에 등장하는 성종이나 정조, 단군, 대조영이 `지금 이곳`의 욕망을 대변하기 위해 얼마나 진실에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아직 읽히지 않은 책이 있을 뿐이다. 더구나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인 빌 게이츠조차 잠들기 전 잠깐만이라도 매일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지 않는가. 책 읽기를 호환이나 마마보다 더 무서워하는 우리 중에서 빌 게이츠보다 더 바쁜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이것이 바로 어떤 책이든지 당장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해야 할 이유다.
책 읽기를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것이다. 그 분들을 비난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도 좋고 싫은 것이 분명히 있으니까. 다만 책을 읽는 것이 유익하단 것을 말하고 싶을 뿐. 어릴 때 부터 책 붙들고 있는 것을 낙으로 여겼기에 이분의 글에 상당히 공감이 갔다. 요즘 정말로 공부라는 핑계로 한권의 책을 떼어 본지도 꽤 오래 된 것 같다. 책을 멀리 하게 된 이유는 공부도 있겠지만 멀티미디어가 발달 하면서 영상 매체에 더 눈이 가기 때문도 있을 것인데 그러나 직접 영상을 보는 것과 글을 통해 상상으로 뇌를 자극하는 것은 많은 차이점이 있다. 생각 해 보면 오히려 그 자극이 싫기 때문에 라이트 노블 같은 일러와 케릭터의 설정이 그림으로 되어 있고 글이 곁들여 진 책들이 인기가 높아 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거의 소설에 가까운 마블 코믹스 사의 책이라든지..(나도 무지 좋아한다)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법을 배우는 것, 소원을 들어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소원을 들어주는 지팡이를 달라고 요청하는 지혜를 배우는 것. 탐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