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21세기에 이른 지금, 크게 변한 것 가운데 죽음에 대한 인식이 있다. 자살 동호회 같은 것이 그 예다. 더구나 연예인들의 자실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렵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우주와도 맞바꿀 수 없는 게 생명이다. 아득한 옛날, 군대 시절 월남에서의 이야기다. 작전을 하다가 병사하나가 부비트랩을 맞았다. 지뢰가 터져 하반신이 피투성이였다. 무전병이 구급헬기를 부르는 사이 우리는 사주경계에 들어갔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사방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세상의 고요란 고요는 다 그곳에 모인 듯했다. 그 무참한 고요 속에 병사의 비명이 터져 올랐다. 물! 물! 그러나 우린 그에게 물을 먹일 수가 없었다. 물을 먹으면 출혈이 더 심해지리라는 우려 때문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