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닷!)/일상의 소소함

주름이 잡히다.

예예파파 2009. 3. 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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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차츰 얼굴에서 표가 난다. 대개 고민의 산물이라는 주름은 세월이 갈수록 늘어간다. 나이테 처럼 살아온 시간을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주름잡다'라는 말이 있다.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때 우린 그런 표현을 쓴다. 주름은 우리 삶의 경험이 누적되면서 그 중 분명히 각인 된 어떤 기억이라 부를 수 있다.

 주름은 고집이라고도 불릴 수 있다. 강력한 다림질에도 펴지지 않는 주름은 사고의 전환이 불가능한 개인의 사고방식 처럼 보인다. 주름이 강하면 그만큼 남을 괴롭힐 수 있다. 빳빳하면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주의를 환기 시킨다. 유연하게 변화할 수 없는 고착화 된 주름은 한 개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특질의 반영으로 다양한 어울림에 방해를 준다. 주름은 또 다른 주름을 통해 접힘을 형성하고 다른 주름과의 소통을 가질 수 있다. 주름이 여럿 잡힌 종이는 겹첬을 때 서로의 간격을 넘어 하나가 된다. 시간과 역사를 뛰어넘어 하나의 장이 될 수있다. 가장자리 둘이 만나는 경험은 관념의 골이 일거에 해소되는 느낌을 준다. 주름이 잡히고 수가 늘어 서로 겹치게 되면 그 모든 주름은 하나가 되고 하나의 의미를 형성한다. 겹쳐진 여러개의 주름을 펼치면 평탄하진 않지만 한두개의 주름보다 더 유연한 면을 형성하고 있음도 발견할 수 있다.

-김희진/독립영화감독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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