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닷!)/지난 일상

끔찍했던 신혼여행을 추억하다 (3)

예예파파 2022. 3. 2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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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울기도 했고 아프기도 한 덕분인지 아내와 저는 무척이나 마음을 많이 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은 여정가운데 즐겁게 보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복병은 언제나 항상 있죠. 패키지 여행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단점 하나를 꼽자면 호객 행위입니다. 특정 마트나 가게에 들어가서 그곳의 물건을 강매 비슷하게 하는 것이죠.  그래도 장인어른과 부모님께 물건을 사드려야 하지 않느냐는 저의 말과 신혼여행과 결혼 준비하는데 든 돈이 얼만데 이런 필요없는 물건을 사느냐 라는 말이 대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둘다 맞는 말입니다. 문제는 서로가 주장하는 말의 진의와 맘은 몰라주는 체로 그저 안되는 일을 왜 만드느냐는 겉모습에 서로를 비난하기만 했다는 것이죠. 섭섭하기도 하고 내가 이런 사람과 평생을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우나로 가서 각자 씻을 때에도 마사지를 받을때에도 그저 침묵을 지켰습니다.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여행의 시작부터 마무리 하려고 하는 그날 자체도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 여행 끝나면 어떻게 하는지 보자 라는 분한 마음만이 저를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가운데 저희는 공항에 가기로 했는데 패키지 사의 사정으로 신혼 부부 다른 한팀과 승용차로 따로 공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차량지원이 급 되지 않은게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이유라고 하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그날따라 저희를 안내하던 매니저가 뭐가 그리 신났는지 비가 오는 가운데 수다를 떠시며 차의 속도를 내셨습니다. 워낙 많은 여행객들을 모시고 다녔고 익숙한 길이라 그런행동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차가 커브길을 도는 순간 수막현상으로인해 차가 반대편 차선까지 쭈욱 미끄러져 갔고 차는 빙글 도는 동시에 건너편에 세워져 있던 전봇대를 들이 받았습니다. 보통 그런 사고가 나면 눈을 감는다는데 저는 그대로 그 장면을 지켜 보았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장면 처럼 슬로우현상으로 보이더군요. 그 순간 드는 생각은 무섭다기 보다는 아..사람이 이렇게 죽는 구나 라는 덤덤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네 전봇대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쇠로 되어 있는 듯 했습니다. 부러지기 보다는 쑥 빠지며 , 미끄러지는 관성과 함께 차와 전봇대는 날아올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 한 것이 만약 전봇대가 땅에서 빠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면 차는 산산조각 났을 것입니다.

차는 도로의 외부의 평지에 비틀거리며 섰고 엔진에는 연기가 솟아 올랐습니다. 안전벨트를 메고 있던 덕분에 정신은 말짱했지만 비틀거리며 차에서 나왔습니다. 그때 제 뒤에서 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리더군요

"오빠! 오빠! 괜찮아?!!!"

아내가 정말 당황하고 놀라고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운전석 옆에 앉아 있었던 제가 사고가 나고난 후에 정신을 차리고 제일 걱정이 되었던가 봅니다. 순간, 내 안에 있던 분노 같은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가운데 나의 감정으로 사람을 미워하고 분노해봤자 그것이 생명 앞에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무슨 철천지 원수 나의 부모를 죽인 원수도 아니고 사랑하기로 작정하고 결혼한 사람에게 분노를 품어봤자 뭐하겠나 생각이 들더군요..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병원신세를 지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화해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가지 처리를 위해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아내와 저가 살아 있다는 거에 비하면 별거 아닌 일들이었습니다. 

다른것은 다 제외하더라도 내가 살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함께 있다면 된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그날의 악몽은 저에게 살아갈 힘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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