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때문에 곤혹스럽습니다.”
얼마 전 한 동영상 손수제작물(UCC) 사이트 관계자를 만나 근황을 묻자 대뜸 이런 하소연이 돌아왔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동영상 UCC 및 게시글, 기사 댓글 등 대선 관련 게시물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선관위 단속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현재 선관위는 대선과 관련해 ‘단순 의견’이 아닌 ‘의도성’이 담긴 게시물들에 대해 삭제 조치를 하는 등 제재를 하고 있다.
문제는 선관위가 지적하는 ‘단순 의견’과 ‘의도적 게시물’을 구분하는 잣대가 일반인들이 보기에 명확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이 관계자는 “하루에도 여러 건씩 게시물 삭제 지시가 내려오지만,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며 얼마 전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한 누리꾼이 양복 광고방송 주인공을 대선 후보로 패러디한 UCC를 ‘유머’코너에 올렸다가, ‘후보를 긍정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게시물’이라는 선관위의 지적에 따라 선거법 위반으로 삭제 조치를 당했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납득이 잘 안 가, 선관위에 전화를 걸었지만, 모니터 요원이라는 사람이 ‘아르바이트생이라 잘 모른다’고 답했다고 했다.
현재 선관위 사이버조사팀은 하루 500건에 이르는 선거법 위반 게시물을 찾아내 삭제 지시를 내리고 있다.
관련 업체들도 이 같은 게시물을 발견하거나 신고 받는 즉시 삭제하거나 선관위에 신고해야하고, 수사기관이 적발된 게시물의 게시자 접속 정보를 요구할 경우 이들의 개인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법이니까 일단 따르지만, 이런 식의 ‘통제’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높다.
네이버는 아예 정치 관련 기사에 대해 댓글 달기 기능을 폐지해 선관위 단속을 피해 가는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일부 누리꾼들은 이달 초 시민단체와 함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UCC 선거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장면을 담은 동영상 UCC는 1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보였다고 한다.
공정한 선거 관리가 목표인 선관위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